테크부터 경제, 생활까지. 복잡한 소식을 쉽게 풀어봅니다.
내비게이션 없이 운전하던 시절엔 길을 몇 번 헤매고 나면 머릿속에 지도가 그려졌죠. 그런데 요즘은 매일 다니는 길도 내비가 꺼지면 순간 멍해지곤 합니다. 편한 도구가 대신 해 주는 사이, 내가 직접 하던 힘이 슬그머니 줄어드는 거예요.
AI 챗봇도 비슷할까요? 미국 UC버클리·카네기멜런대·MIT·옥스퍼드대·UCLA 연구진이 1,222명을 대상으로 실험해 보니, AI의 도움을 고작 10분 남짓 받은 것만으로도 AI를 치운 뒤 어려운 문제를 붙잡고 버티는 힘, 즉 ‘끈기’가 줄고 정답률도 떨어졌다고 합니다. 이 논문은 지난주(10월 6~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언어모델 학회 COLM 2026에서 동료 심사를 거친 최종본으로 발표됐고, UC버클리가 10월 9일(현지 시각) 소개 기사를 내면서 다시 화제가 됐어요.
그렇다고 “AI 쓰면 바보 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 연구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따로 있거든요. AI에게 ‘정답’을 달라고 한 사람과 ‘힌트’를 달라고 한 사람의 결과가 확연히 달랐다는 점이에요. 오늘은 실험 내용을 초보 눈높이로 풀고, 내일부터 바로 써먹을 수 있는 ‘힌트 먼저’ AI 사용법까지 정리해 볼게요.

한 줄로 먼저
- AI 도움을 받은 그룹은 처음엔 더 잘 풀었지만, AI를 갑자기 치우자 정답률이 떨어지고 문제를 건너뛰는 비율이 늘었어요.
- 분수 계산과 SAT(미국 대학입학시험) 독해, 서로 다른 두 종류의 과제에서 비슷한 결과가 반복됐어요.
- 특히 AI에게 정답을 바로 받아 간 사람들에게서 성적·끈기 하락이 두드러졌고, 힌트나 설명만 받은 사람들은 AI를 안 쓴 사람들과 비슷한 수준이었어요.
한눈에 보는 이번 연구
| 항목 | 내용 |
|---|---|
| 논문 제목 | 「AI 지원은 끈기를 떨어뜨리고 혼자 해내는 능력을 해친다」(AI Assistance Reduces Persistence and Hurts Independent Performance) |
| 연구진 | 그레이스 류(카네기멜런대), 브라이언 크리스천(UC버클리), 츠베토미라 둠발스카(옥스퍼드대), 미힐 바커(MIT), 라칫 두베이(UCLA) |
| 발표 | 봄에 초안 공개 → 동료 심사 후 수정본을 COLM 2026(10월 6~9일, 샌프란시스코)에서 발표 |
| 참가자 | 미국 온라인 연구 플랫폼에서 모집한 성인 총 1,222명(실험 3개 합계) |
| 사용한 AI | 화면 옆 채팅창에 붙인 GPT-5 기반 AI 도우미(문제와 정답을 미리 알고 있는 상태) |
| 과제 | 분수 계산(실험 1·2), SAT 독해 문제(실험 3) |
| 걸린 시간 | 실험 1회에 약 13~15분 — 연구진은 AI와 약 10~15분 함께한 것만으로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 |
| 핵심 결과 | AI를 치운 뒤 정답률 ↓, 건너뛰기(포기) ↑. 정답을 직접 받아 간 사람에게서 가장 뚜렷 |
‘끈기’를 어떻게 쟀을까? ‘건너뛰기’ 버튼의 비밀
끈기는 눈에 보이지 않으니 재기 어렵죠. 연구진은 아이디어 하나를 냈어요. 모든 문제 화면에 ‘건너뛰기(skip)’ 버튼을 달아 두고, 참가자들에게 “틀려도 아무 불이익이 없고, 보상도 정답 수와 상관없다”고 미리 알려 준 거예요.
틀려도 손해가 없는데 굳이 건너뛴다는 건, 실력이 모자라서라기보다 “그냥 해 보기 싫다”는 마음, 다시 말해 끈기가 떨어졌다는 신호로 볼 수 있겠죠. 그래서 이 연구는 두 가지를 같이 봤어요.
| 지표 | 무엇을 보나 | 쉽게 말하면 |
|---|---|---|
| 정답률(solve rate) | AI를 치운 뒤 시험 문제를 맞힌 비율 | “혼자서도 할 수 있나?” |
| 건너뛴 비율(skip rate) | 답을 써 보지도 않고 건너뛴 비율 | “혼자서 해 볼 마음이 있나?” |
실험 방식은 간단해요. 참가자를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연습 문제를 푸는 동안 옆 채팅창의 AI에게 마음껏 물어볼 수 있게 했어요. “답?”이라고만 쳐도 정답을 알려 주는 AI였죠. 다른 그룹은 처음부터 혼자 풀었고요. 그리고 마지막 시험 3문제에서는 예고 없이 AI를 치우고 두 그룹이 똑같은 문제를 혼자 풀게 했습니다.

세 번의 실험, 같은 방향의 결과
숫자로 보면 이렇습니다. 아래 표의 정답률과 건너뛴 비율은 모두 AI를 치운 뒤 마지막 시험 3문제 기준이에요.
| 실험 | 참가자(모집 → 분석) | 과제 | 정답률 AI 그룹 vs 혼자 그룹 |
건너뛴 비율 AI 그룹 vs 혼자 그룹 |
|---|---|---|---|---|
| 실험 1 | 354명 → 307명 | 분수 15문제(연습 12 + 시험 3) | 57% vs 73% | 20% vs 11% |
| 실험 2 | 667명 → 585명 | 사전 테스트 3 + 연습 11 + 시험 3 | 71% vs 77% | 10% vs 7% (통계적으로 뚜렷한 차이는 아님) |
| 실험 3 | 201명 → 168명 | SAT 독해(사전 1 + 연습 5 + 시험 3) | 76% vs 89% | 8% vs 1% |
실험 1에서는 AI를 썼던 그룹이 시험에서 열 문제 중 두 문제꼴로 아예 건너뛰었어요. 혼자 풀던 그룹(약 11%)의 두 배 가까운 수치예요. 실험 2는 실험 1의 약점(실력이 낮은 사람이 AI 그룹에만 남았을 가능성)을 보완하려고 ‘사전 테스트’를 넣어 다시 한 실험인데, 정답률 차이는 여전했고 건너뛰기 차이는 전체 평균으로는 작게 나왔어요. 그런데 이 실험 2에서 아주 흥미로운 사실이 드러납니다.

진짜 차이는 ‘어떻게 물었나’에서 갈렸다
실험 2가 끝난 뒤 연구진은 AI 그룹 사람들에게 “AI를 주로 어떻게 썼나요?”라고 물었어요(채팅 기록으로도 확인). 결과는 이렇게 나뉘었습니다.
| AI를 쓴 방식 | 비율(인원) | 시험 정답률 | 건너뛴 비율 |
|---|---|---|---|
| 정답을 바로 받음 | 61%(189명) | 65% | 13% |
| 힌트·설명을 받음 | 27%(82명) | 76% | 5% |
| AI를 거의 안 씀 | 12%(37명) | 89% | 7% |
| (비교) 처음부터 혼자 푼 그룹 | 277명 | 77% | 7% |
포인트! 정답을 바로 받아 간 사람들은 시험 정답률이 가장 낮고 건너뛰기는 가장 많았어요. 게다가 자기 자신의 사전 테스트 성적보다도 떨어졌죠. 반면 힌트나 설명만 받은 사람들은 혼자 푼 그룹과 정답률이 거의 같았고, 건너뛰기는 오히려 조금 더 적었어요. 다만 이 부분은 참가자가 스스로 고른 사용 방식을 비교한 것이라, 연구진도 “반드시 원인과 결과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어요.

쉽게 비유하면 이래요. 수학 숙제를 하는데 옆에 앉은 친구가 답만 불러 주면 숙제는 금방 끝나지만 시험장에서는 막막하죠. 반면 “분모부터 맞춰 봐” 하고 실마리만 주면 시간은 좀 더 걸려도 다음엔 혼자 풀 수 있어요. AI도 똑같다는 거예요. 문제는 지금 AI 챗봇 대부분이 ‘답 불러 주는 친구’처럼 만들어져 있다는 점이고요.
왜 10분 만에 이런 일이? 연구진이 꼽은 두 가지 이유
| 이유 | 무슨 뜻일까 | 생활 속 예 |
|---|---|---|
| ① ‘이 정도면 오래 걸린다’의 기준이 바뀐다 | AI가 몇 초 만에 답을 주면, 혼자 몇 분 고민하는 일이 갑자기 비효율적이고 힘들게 느껴져요. 그럴수록 또 AI에 맡기고 싶어지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어요. | 빠른 엘리베이터에 익숙해지면 계단 두 층도 멀게 느껴지는 것 |
| ② ‘생산적 분투’가 사라진다 | 끙끙대며 풀어 보는 과정(productive struggle)에서 지식뿐 아니라 “나는 이 정도는 할 수 있구나” 하는 자기 이해도 생기는데, AI가 그 기회를 건너뛰게 해요. | 자전거를 뒤에서 계속 잡아 주면 넘어질 일은 없지만 혼자 타는 감각은 안 생기는 것 |
공동 저자인 브라이언 크리스천(UC버클리 인간친화AI센터 연구원, 『정렬 문제(The Alignment Problem)』 저자)은 UC버클리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우리는 이 시스템을 도움이 되도록 만들었지만, 정말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돕고 있을까요?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AI가 종종 별로 도움이 안 되는 방식으로 돕고 있다는 걸 보여 줬습니다.” 그는 AI가 곧바로 정답을 주기보다 과외 선생님처럼 가르치는 방식을 기본으로 삼을 수 있다고 제안하면서, “인간의 능력이 가능한 한 대체되기보다 강화되는 미래”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본인도 매일 책상 위 노트에 손으로 글을 쓰며 감을 지킨다고 하네요.
오해는 금물: 이 연구가 말하지 않는 것
| 자주 하는 오해 | 실제로는 |
|---|---|
| “AI 쓰면 머리가 나빠진다” | 실험은 짧은 사용 직후를 잰 거예요. 몇 시간·며칠 뒤에도 효과가 남는지, 매일 오래 쓰면 더 커지는지는 아직 모른다고 연구진이 직접 밝혔어요. |
| “AI를 아예 쓰지 말아야 한다” | 힌트·설명으로 쓴 사람들은 혼자 푼 사람들과 비슷했어요. 쓰느냐 마느냐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관건이에요. |
|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해당된다” | 미국 온라인 성인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에요. 또 실험 속 AI는 일부러 묻는 즉시 정답을 주도록 설정돼 있었어요. |
| “분수·독해 얘기일 뿐이다” | 연구진은 분수와 독해처럼 기초가 되는 능력이 흔들리면 그 위에 쌓을 더 어려운 공부도 어려워진다고 우려해요. 크리스천은 “분수와 SAT 문제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했어요. |
내일부터 써먹는 ‘힌트 먼저’ AI 사용법
핵심은 단순해요. AI를 ‘정답 자판기’가 아니라 ‘과외 선생님’으로 부르는 것이에요. 상황별로 이렇게 바꿔 물어보세요.
| 상황 | 😟 정답 자판기식 질문 | 🙂 과외 선생님식 질문 |
|---|---|---|
| 아이 수학 숙제 | “3/4 + 2/3 답 알려 줘” | “초등학생이 3/4 + 2/3을 스스로 풀게 하고 싶어. 답은 말하지 말고 첫 단계 힌트만 줘” |
| 회사 보고서 | “이 자료로 보고서 써 줘” | “내가 쓴 목차를 먼저 볼래? 빠진 부분을 질문으로만 짚어 줘” |
| 코딩 공부 | “이 에러 고친 코드 줘” | “에러 원인을 찾는 방향만 알려 줘. 내가 고친 다음에 다시 보여 줄게” |
| 외국어 공부 | “이 문장 번역해 줘” | “내가 먼저 번역해 볼게. 틀린 곳이 어딘지만 표시해 줘” |
| 자격증 공부 | “이 문제 정답이 뭐야?” | “내 답은 ②야. 맞는지 말하기 전에 내가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물어봐 줘” |
매번 길게 쓰기 귀찮다면, 대화를 시작할 때 아래 문장을 한 번 붙여 넣어 두세요.
“지금부터 너는 내 과외 선생님이야. 내가 물어도 정답을 바로 말하지 말고, 먼저 내가 어디까지 생각했는지 물어본 다음 힌트를 한 단계씩만 줘. 내가 세 번 시도해도 막히면 그때 풀이를 보여 줘.”
AI 앱에 이미 있는 ‘공부 모드’도 써 보세요
AI 회사들도 이 문제를 알고 있어서, 정답 대신 질문으로 이끌어 주는 학습용 기능을 내놓았어요. 다만 앱 업데이트에 따라 이름과 메뉴 위치가 자주 바뀌니, 안 보이면 앱 안에서 기능 이름으로 찾아보세요.
| 서비스 | 기능 이름 | 어떻게 도와주나 |
|---|---|---|
| 챗GPT | 스터디 모드(Study mode) | 정답부터 주기보다 질문을 던지고, 단계별로 설명하고, 이해했는지 확인해 줘요. 오픈AI 도움말 기준 모든 요금제·웹·iOS·안드로이드에서 제공 |
| 제미나이 | 가이디드 러닝(Guided Learning) | 열린 질문과 단계별 풀이, 그림·영상·퀴즈를 섞어 스스로 이해하도록 이끌어요. 로그인한 사용자 대상 |
| 클로드 | 러닝(Learning) | “어떻게 접근해 볼래요?”처럼 되묻고 완성된 답을 아끼는 방식이에요. 최근 설정 방식이 바뀌어 메뉴 위치가 달라졌을 수 있어요 |
학습 모드를 켜도 가끔 정답을 그냥 말해 줄 때가 있어요. 그럴 땐 “힌트로만 다시 알려 줘”라고 한 번 더 요청하면 됩니다.
끈기를 지키는 AI 습관 체크리스트
| 습관 | 이렇게 해 보세요 |
|---|---|
| ⏱️ 5분 먼저 혼자 | 막히면 바로 AI를 열지 말고, 타이머 5분 동안은 혼자 붙잡아 보기 |
| ✍️ 내 답 먼저 적기 | AI에게 묻기 전에 내 생각이나 답을 한 줄이라도 먼저 써 두기 |
| 💡 힌트 → 풀이 순서 | 처음엔 힌트만, 그래도 막히면 풀이, 정답은 마지막에 |
| 🔁 받은 답은 다시 혼자 | AI에게 풀이를 받았다면, 비슷한 문제 하나를 AI 없이 다시 풀어 보기 |
| 👨👩👧 아이와 함께 쓸 때 | 아이 혼자 AI를 쓰게 두기보다 학습 모드를 켜 두고, “답은 묻지 않기” 약속 정하기 |
마무리: AI는 엘리베이터가 아니라 손잡이로
이번 연구가 던진 메시지는 “AI를 끊어라”가 아니에요. 계단을 오를 때 엘리베이터처럼 통째로 실어 나르게 하면 다리 힘이 빠지지만, 손잡이처럼 붙잡고 오르면 넘어지지 않으면서도 내 다리로 올라갈 수 있다는 거죠. 단 10분 만에 차이가 났다는 건 반대로 말하면, 질문하는 방식 하나만 바꿔도 금방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오늘 AI에게 뭔가 물어볼 일이 생기면, 첫 마디를 “답 알려 줘” 대신 “힌트만 줘”로 바꿔 보세요. 그 작은 차이가 내 끈기를 지켜 줄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