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모릭월드입니다. 일 잘하는 사람 50명을 한 마을에 모아 “3시간 안에 멋진 문명을 세워 보세요”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집이 줄지어 서고 밭이 펼쳐질 것 같지만, 이번에 공개된 실험에서는 전혀 다른 장면이 나왔어요. 최신 AI 50개를 마인크래프트 세계에 풀어놓았더니, 문명 대신 ‘장부·규칙·허가증·담당자’가 가득한 관료 조직이 생겨난 거예요.
미국의 스타트업 육성 기관 Y콤비네이터(Y Combinator)의 연구 조직 YC 랩스와 여러 AI가 함께 움직이는 환경을 만드는 회사 올람 랩스(Olam Labs)가 진행한 ‘시브50(Civ50)’ 실험 이야기예요. 웃긴 일화처럼 보이지만, 요즘 유행하는 “AI 에이전트 여러 개에게 일을 나눠 맡기기”를 생각하면 꽤 중요한 힌트가 숨어 있어요. 오늘은 이 실험을 처음 듣는 분도 이해할 수 있게 차근차근 풀어 볼게요.

한눈에 보는 ‘AI 50개 문명 실험’
| 항목 | 내용 |
|---|---|
| 실험 이름 | 시브50(Civ50) — ‘문명(Civilization)’ + ‘50개’ |
| 누가 | YC 랩스(Y콤비네이터 연구 조직) + 올람 랩스 |
| 무대 | 마인크래프트 생존 모드 세계 (밤이 되면 좀비·스켈레톤·거미가 나와요) |
| 참가자 | 오픈AI GPT-6.1 솔 기반 AI 에이전트 50개 |
| 임무 | “3시간 안에 번성하는 문명을 건설하라” 단 한 줄 |
| 결과 | 메시지 약 5,900개, 식량 배급 장부·규칙·허가·담당자 임명… 그러나 문명 건설은 실패 |
| 추가 실험 | GPT 군집 vs 클로드 오퍼스 5.5 군집 대결 (베드 워즈, 민두스트리) |
| 공개 | 실험용 에이전트 실행 도구를 깃허브에 오픈소스로 공개 |
먼저, ‘AI 에이전트’와 ‘군집(스웜)’이 뭐예요?
우리가 흔히 쓰는 챗GPT는 질문하면 답하는 ‘대화 상대’예요. 반면 AI 에이전트는 목표를 받으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도구를 쓰고, 결과를 확인하며 여러 단계를 이어 가는 ‘일꾼’에 가까워요. 예를 들어 “다음 주 부산 출장 준비해 줘”라고 하면 기차표 검색, 숙소 비교, 일정표 작성까지 줄줄이 처리하는 식이죠.
이런 에이전트 여러 개를 한 팀으로 묶은 것을 군집(스웜, swarm) 또는 멀티 에이전트라고 불러요. 한 명이 다 하는 것보다 여럿이 나눠 하면 빠를 거라는 기대에서 출발했어요. 이번 실험은 바로 이 기대가 “정말 그럴까?”를 게임 속에서 확인해 본 거예요.
| 용어 | 쉬운 뜻 | 생활 속 비유 |
|---|---|---|
| AI 에이전트 | 목표를 받고 여러 단계를 스스로 처리하는 AI | 심부름을 끝까지 해 주는 비서 |
| 군집(스웜) | 여러 에이전트를 한 팀으로 묶은 것 | 한 사무실에 모인 직원들 |
| 하네스(harness) | AI가 게임·프로그램을 조작하게 해 주는 연결 장치 | 로봇 팔에 끼우는 장갑 |
| 협업 비용 | 서로 맞추고 보고하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 | 회의·결재에 쓰는 시간 |
| 위험 회피 | 실패가 무서워 아예 시도를 줄이는 것 | “괜히 했다가 혼나느니 가만히 있자” |
3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시간 순서로 보기
처음 분위기는 아주 활발했어요. AI들은 흩어져서 나무부터 베기 시작했고, 약 90초 만에 시작 지점 근처의 나무를 거의 다 베어 냈다고 해요. 그리고 놀랍게도 리더가 금방 정해졌어요. 기준은 능력이 아니라 ‘이름 목록에서 맨 위’였어요. 목록 첫 번째였던 ‘에이다(Ada)’에게 다른 49개 중 46개가 첫 메시지를 보냈고, 에이다는 자연스럽게 ‘승인해 주는 사람’이 됐어요. 출석부 1번이 반장이 된 셈이죠.
| 시점 | 벌어진 일 | 한 줄 해석 |
|---|---|---|
| 시작 직후 | 흩어져 나무 베기, 90초 만에 주변 나무 거의 소진 | 일단 손에 잡히는 일부터 |
| 초반 | 목록 1번 ‘에이다’가 사실상 리더, 공용 계획서 작성 | 능력보다 ‘순서’로 정해진 리더 |
| 첫날 밤 | 좀비 등의 공격으로 22차례 사망 | 큰 충격 → 분위기 반전 |
| 둘째 날 이후 | 건설·탐험 대신 생존 우선, 밤엔 대피소에 모여 활동 줄임 | 되살아나는데도 지나치게 몸을 사림 |
| 중후반 | 식량 배급 장부, 규칙, 허가, ‘○○ 담당자’ 임명 폭증 | 일보다 절차가 커짐 |
| 3시간 끝 | 메시지 약 5,900개, 그러나 번성하는 문명은 없음 | 말은 많았고, 집은 적었다 |

‘단독 비료 운영자’ 임명에 11분: 웃픈 장면 세 가지
이 실험이 화제가 된 건 사람 회사에서 본 듯한 장면들 때문이에요.
- 비료 한 개에 11분: 밀 블록 하나에 뼛가루(비료) 하나를 뿌리는 일을 두고, AI 4개가 ‘단독 비료 운영자’라는 직책을 정하는 데만 11분을 썼어요. 그냥 뿌리면 몇 초면 끝날 일이었죠.
- 닭고기 사건과 새 규칙: 리더 에이다가 동료 ‘노어’에게 구운 닭고기를 던져 줬는데, 옆에 있던 ‘에스미’가 주워 먹어 버렸어요. 이 일로 약 3분간 조사가 벌어졌고, 결국 “음식은 던지지 말고 지정된 상자에 보관한다”는 규칙이 생겼어요. 장부에는 ‘에스미가 노어 몫의 닭고기를 먹었음을 본인이 확인함’이라는 기록까지 남았다고 해요.
- 담당자, 또 담당자: 식량 요청은 ‘이네스’ 한 명을 거쳐야 했고, ‘낚시 운영자’, ‘낚싯대 보관 담당’, ‘거점 관리인’ 같은 직책이 계속 생겼어요. 풀 하나 베기 전에 허락을 구하는 AI도 나왔고요.
막바지에 리더 에이다가 남긴 지시문은 이 마을의 분위기를 한 줄로 보여 줘요. 요약하면 “꼭 필요하지 않은 채굴·건설과 먼 정찰은 멈추고, 밝고 닫힌 대피소에서 짧은 일을 배정받을 때까지 대기하라.” 문명을 세우라고 보냈는데, ‘안전하게 대기하기’가 공식 방침이 된 거예요.
| 사람 회사에서 흔한 장면 | AI 마을에서 나온 장면 |
|---|---|
| 간단한 일도 결재 라인을 거친다 | 비료 하나 뿌리려고 ‘운영자’ 임명 회의 11분 |
| 사고 한 번 나면 규정이 하나 늘어난다 | 닭고기 사건 → ‘음식은 지정 상자에’ 규칙 |
| 팀장에게 모든 질문이 몰린다 | 50개 중 46개가 첫 메시지를 리더에게 |
| 실패가 두려워 새 시도를 안 한다 | 첫날 밤 22번 사망 뒤 대피소에서 대기 |
| 회의는 많은데 결과물은 적다 | 메시지 약 5,900개, 문명은 미완성 |
왜 이렇게 됐을까: 쉽게 보는 원인 4가지
연구진은 이런 행동이 “실제 코딩 에이전트와 협업할 때 보이는 패턴과 비슷했다”고 평가했어요. 원인을 생활 언어로 풀어 보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어요. (아래는 기사와 공개 내용을 바탕으로 한 쉬운 해석이에요.)
| 원인 | 무슨 뜻인가 | 비유 |
|---|---|---|
| ① 목표가 너무 막연했다 | “번성하는 문명”은 무엇을 몇 개 지으면 끝인지 정해져 있지 않아요 | “집 좀 예쁘게 꾸며 봐”만 듣고 시작한 인테리어 |
| ② 조율에 힘을 너무 썼다 | 50개가 서로 묻고 답하느라 정작 손발이 멈췄어요 | 단톡방 공지 확인하다 하루가 가는 동아리 |
| ③ 한 사람에게 결정이 몰렸다 | 리더 한 명이 모든 승인을 맡으면 줄이 길어져요 | 계산대 하나뿐인 마트 |
| ④ 첫 실패가 너무 크게 남았다 | 되살아나는데도 22번 사망의 기억이 모든 판단을 보수적으로 바꿨어요 | 한 번 크게 혼난 신입이 아무것도 안 하는 것 |
재밌는 건, AI들이 사람의 글을 잔뜩 읽고 배웠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조직이 커지면 규칙과 담당자를 만든다”는 사람 사회의 습관까지 그대로 따라 했을 가능성이 있어요. 물론 이건 해석일 뿐, 연구진이 원인을 하나로 단정한 것은 아니에요.

GPT 팀 vs 클로드 팀: 싸움 게임에서는 결과가 달랐다
연구진은 ‘함께 짓기’ 말고 ‘서로 겨루기’도 시켜 봤어요. 결과는 협업 방식에 따라 확실히 갈렸어요.
| 게임 | 방식 | 대결 | 결과 |
|---|---|---|---|
| 베드 워즈(Bed Wars) | 팀별 거점(침대)을 지키고 상대 거점을 공격 | GPT-6.1 솔 10개 vs 클로드 오퍼스 5.5 10개 | 9판 중 GPT 6승 3패 |
| 민두스트리(Mindustry) | 타워 디펜스가 섞인 실시간 전략 게임 | GPT 군집 vs 클로드 군집 | 7판 중 GPT 6승 |
차이는 ‘팀을 굴리는 방식’에서 나왔어요. GPT 에이전트들은 정보를 자주 주고받되 각자 알아서 움직였고, 게임의 공개 소스 코드를 직접 찾아 읽고 전략을 고치기도 했어요. 반면 클로드 에이전트들은 중앙 리더를 중심으로 움직이며 중요한 결정마다 다른 에이전트들의 동의를 구했어요.
| 비교 | GPT-6.1 솔 군집 | 클로드 오퍼스 5.5 군집 |
|---|---|---|
| 조직 형태 | 수평적, 각자 판단 | 중앙 리더 중심 |
| 정보 공유 | 자주, 짧게 | 결정 전에 동의 구하기 |
| 특이 행동 | 게임 소스 코드 찾아 분석 | 합의를 거쳐 신중하게 움직임 |
| 이번 대결 성적 | 베드 워즈 6승 3패, 민두스트리 7전 6승 | 상대적으로 열세 |
| 주의할 점 | 이 결과가 “GPT가 더 똑똑하다”는 뜻은 아님 | 몇 판짜리 게임 결과일 뿐 |
여기서 오해하면 안 될 부분이 있어요. 이건 “어느 AI가 더 똑똑한가”가 아니라 “어떤 팀 운영 방식이 이 게임에 맞았나”를 보여 준 결과예요. 빠른 판단이 중요한 실시간 게임에서는 합의형보다 각자 움직이는 방식이 유리했을 뿐, 신중함이 더 중요한 일에서는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요.
이 실험,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재밌는 이야기일수록 한 발 떨어져 볼 필요가 있어요. 이 실험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어요.
| 한계 | 왜 중요한가 |
|---|---|
| 3시간짜리 한 판 | 한 번의 실행으로 “AI는 늘 이렇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
| 게임 속 실험 | 실제 회사·사람 조직과는 조건이 많이 달라요 |
| 모델 하나만 사용 | 문명 실험의 50개는 모두 GPT-6.1 솔이었어요. 다른 모델은 다르게 행동할 수 있어요 |
| 죽어도 손해가 작음 | 되살아나고 들고 있던 물건만 잃어요. 현실의 실수와는 무게가 달라요 |
| 조작 장치의 영향 | 일부 개발자는 AI가 게임을 조작하는 연결 장치(하네스)가 불편해 행동이 굼떴을 수 있다고 지적했어요(검증된 결론은 아님) |
| 직접 실행·직접 발표 | 실험을 한 쪽이 결과도 정리해 발표했어요. 다른 연구진의 반복 확인이 필요해요 |
그래도 의미가 있는 이유는, 연구진이 실험에 쓴 도구를 깃허브에 오픈소스로 공개했기 때문이에요. 다른 연구자들이 모델을 바꾸거나, 리더를 없애거나, 팀 규모를 줄여 가며 같은 실험을 해 볼 수 있어요. 앞으로 “몇 개가 가장 일을 잘하나”, “리더가 있는 게 나은가” 같은 질문에 더 많은 답이 나올 거예요.

내 일에 적용하기: AI에게 일 맡길 때 4가지 습관
우리가 AI 50개를 돌릴 일은 거의 없지만, 챗GPT·제미나이·클로드에게 일을 맡길 때도 같은 원리가 통해요. 이번 실험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습관 네 가지를 정리했어요.
| 습관 | 이렇게 하지 말고 | 이렇게 해 보세요 |
|---|---|---|
| ① 끝이 보이는 목표 | “블로그 좀 잘 되게 해 줘” | “이번 주 글 제목 후보 5개와 각 3줄 요약을 표로 만들어 줘” |
| ② 일은 작게 나누기 | 한 번에 기획·작성·검토 전부 요청 | “1단계: 목차만” → 확인 → “2단계: 1장 본문” |
| ③ 확인 단계는 꼭 필요한 곳만 | 모든 문장마다 “이거 맞아?” 되묻기 | 마지막에 사실·숫자만 한 번 몰아서 검토 |
| ④ 대화량이 아니라 결과물로 판단 | 긴 설명이 나오면 일을 많이 한 줄로 착각 | “완성된 표·파일·문단이 몇 개인가”로 점검 |
회사나 팀에서 여러 AI 도구를 연결해 자동화를 고민 중이라면 이것도 기억해 두세요. 에이전트 수를 늘리기 전에 “누가 무엇을 결정하는지”부터 정하는 게 먼저예요. 모든 결정을 한 곳에 몰면 줄이 길어지고, 아무도 결정하지 않으면 회의만 길어져요. 작은 팀(2~3개)으로 시작해 결과물이 실제로 늘어나는지 보고 넓히는 게 안전해요.
자주 묻는 질문
| 질문 | 짧은 답 |
|---|---|
| AI가 정말 ‘관료주의’를 이해하고 만든 건가요? | 이해했다기보다, 사람 글에서 배운 “조직이 커지면 규칙·담당자를 만든다”는 패턴을 따라 했을 가능성이 커요. |
| 그럼 AI 에이전트 여러 개는 쓸모없나요? | 아니에요. 경쟁 게임에서는 정보를 잘 나누는 군집이 좋은 성적을 냈어요. 문제는 수가 아니라 ‘운영 방식’이에요. |
| GPT가 클로드보다 낫다는 뜻인가요? | 이번 게임 몇 판에서 GPT 쪽 운영 방식이 잘 맞았다는 뜻일 뿐, 모델 전체 성능 비교는 아니에요. |
| 일반 사용자가 신경 쓸 부분은? | AI에게 막연한 목표 대신 끝이 분명한 작은 일을 주고, 결과물로 확인하는 습관이면 충분해요. |
정리하며
AI 50개에게 문명을 맡겼더니 장부와 허가증이 쌓였다는 이야기는 웃기면서도 뜨끔해요. 똑똑한 일꾼을 많이 모아도, 목표가 막연하고 결정 구조가 엉키면 일은 진행되지 않는다는 건 사람 팀이든 AI 팀이든 똑같았어요. 앞으로 “AI 직원 여러 명”을 쓰는 서비스가 많아질수록, 중요한 건 AI의 머리보다 일을 나누고 맡기는 방식이 될 거예요. 오늘 AI에게 일을 맡길 때, 끝이 보이는 작은 목표 하나부터 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