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냉장고가 50도까지 뜨거워졌다? 프랑스 슈퍼마켓 수백 곳 ‘냉장고 해킹’과 우리 집 연결 기기 점검법을 초보도 쉽게

테크부터 경제, 생활까지. 복잡한 소식을 쉽게 풀어봅니다.

마트에 우유를 사러 갔는데 냉장 코너가 텅 비어 있고, 직원들이 상한 음식을 상자째 버리고 있다면 어떨까요? 지난 주말 프랑스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입니다. 10월 11일 밤, 누군가 인터넷을 통해 프랑스 슈퍼마켓 수백 곳의 냉장고·냉동고를 원격으로 조종했어요. 냉장고는 제상(성에 녹이기) 모드로 바뀌었고, 인터마르셰(Intermarché)를 운영하는 레 무스크테르(Les Mousquetaires) 그룹에 따르면 온도가 최고 50°C까지 올라갔습니다. 냉장고가 거꾸로 오븐처럼 된 셈이죠.

범인은 냉장고 한 대 한 대를 해킹한 게 아니에요. 매장의 모든 냉장 설비를 한꺼번에 관리하는 중앙 제어기를 노렸습니다. 문제의 장비 상당수는 덴마크 회사 댄포스(Danfoss) 제품이었고, 회사는 피해 장비 대부분이 보안 업데이트가 끊긴 구형이거나 펌웨어를 업데이트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밝혔어요.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냉장고가 왜 인터넷에 연결돼 있었는지, 그리고 이 일이 우리 집 공유기·홈캠·스마트 가전과 어떻게 이어지는지 차근차근 풀어볼게요.

10월 11일 밤, 프랑스 슈퍼마켓 수백 곳의 냉장고가 원격 조작으로 최고 50°C까지 올라갔다
10월 11일 밤, 프랑스 슈퍼마켓 수백 곳의 냉장고가 원격 조작으로 최고 50°C까지 올라갔다

한 줄로 먼저

  • 프랑스 마트 수백 곳의 냉장 설비가 원격으로 조작돼 음식이 상했어요. 레 무스크테르 회장은 손실이 수천만 유로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로이터 보도).
  • 공격 대상은 냉장고들을 한데 묶어 관리하는 중앙 제어기였어요. 정비업체가 매장에 가지 않고도 고칠 수 있게 인터넷에 연결해 둔 장비가 많았습니다.
  • 정확히 어떻게 들어왔는지는 아직 공식 확인되지 않았어요. 다만 “관리 화면을 인터넷에 그대로 열어 두지 말라”는 기본 원칙이 다시 한번 확인됐습니다.
  •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간단해요. 집에 있는 인터넷 연결 기기도 기본 비밀번호 교체, 업데이트, 안 쓰는 원격 접속 끄기, 지원 끝난 기기 교체만 챙기면 됩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사흘간의 흐름

날짜(현지) 무슨 일 포인트
10월 11일 밤 프랑스 여러 체인 매장의 냉장고·냉동고가 원격으로 제상 모드로 바뀌고 온도가 올라감 인터마르셰는 최고 50°C까지 올라갔다고 밝힘
10월 12일 프랑스 정부 사이버보안청(ANSSI) 산하 CERT-FR이 긴급 경보 발령 댄포스 AK-SM·AK-SC 시리즈 제어기의 “다수 침해”를 확인, 인터넷 연결을 끊거나 접속을 엄격히 제한하라고 권고
10월 12일 댄포스, “프랑스에서 제한된 수의 냉장 관리 시스템에 사고” 입장 발표 피해 장비 대부분이 지원 종료(구형)이거나 옛 펌웨어였다고 설명
이번 주 초 파리 검찰이 직권으로 수사 착수 사이버범죄 전담 부서가 맡아 피해 규모와 손해(상한 음식, 불이 붙기 시작한 장비 등)를 조사
10월 13일 CERT-FR 경보 갱신 코플랜드(Copeland) xweb, 딕셀(Dixell) xweb 등 다른 회사 제어기도 공격 대상 목록에 추가

보안 기업 세코이아(Sekoia)의 분석가는 로이터에 스페인·포르투갈·폴란드·독일·벨기에에서도 피해가 있었다고 말했어요. 다만 이 나라들의 구체적인 사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범인이 누구인지도 현재까지 밝혀지지 않았어요.

어느 마트가 얼마나 당했나

아래 숫자는 각 회사가 AFP·로이터·RTL 등에 직접 밝힌 “공격이 닿은 매장 수”예요. 매장이 공격을 받았다고 해서 모두 음식을 버린 것은 아니고, 직원과 냉동설비 업체가 빨리 대응해 냉장 상태를 지켜 낸 곳도 많았다고 합니다.

체인 피해 매장 수 눈여겨볼 점
인터마르셰·네토(레 무스크테르) AFP 기준 최소 300곳(두 브랜드 합계), 로이터 기준 약 150곳 피해 매장은 해당 상품을 전부 폐기. 손실 수천만 유로 예상
쿠프 U(Coopérative U) 전체 2,000곳 중 80곳 대부분 냉장 상태 유지, 일부만 상품 손실. 댄포스와 직접 거래하지 않고 냉동설비 업체를 통해 장비를 공급받음
카르푸(Carrefour) 약 80곳 회사 발표 기준
모노프리(Monoprix) 약 30곳(490곳 중 약 5%) 회사 발표 기준
르클레르(E.Leclerc) “여러 매장” “냉장 장비 공급업체 한 곳이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고 설명
체인별 피해 매장(각 사 발표·보도 기준). 인터넷에 노출된 댄포스 제어 화면은 4,500곳이 넘었다
체인별 피해 매장(각 사 발표·보도 기준). 인터넷에 노출된 댄포스 제어 화면은 4,500곳이 넘었다

숫자가 왜 제각각일까요? 같은 회사라도 언론사마다 받은 답변 시점이 달라 인터마르셰처럼 150곳과 300곳이 함께 나오기도 해요. 냉동 업계 전문지 쿨링 포스트(Cooling Post)는 피해 매장을 약 500곳으로 전했습니다. 정확한 전체 규모는 검찰 수사로 정리될 예정이에요.

냉장고를 조종하는 ‘중앙 제어기’가 뭐길래

큰 마트에는 진열 냉장고, 냉동고, 창고 냉장실이 수십 대씩 있어요. 이걸 하나하나 따로 맞추면 번거롭겠죠. 그래서 매장 전체 냉장 설비를 한 화면에서 관리하는 장비를 둡니다. 아파트 관리실에서 모든 세대의 난방을 한 판에서 조절하는 것과 비슷해요. 이 장비가 온도 기준, 경보, 그리고 제상(성에 녹이기) 시간표를 정해요.

제상은 원래 냉장고에 낀 성에를 녹이려고 잠깐 온도를 올리는 정상 기능이에요. 공격자는 이 기능을 악용해 냉장고를 계속 데우는 쪽으로 설정을 바꾼 것으로 보입니다. 관리실 조절판을 남이 차지하면 모든 집 보일러를 한꺼번에 끌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죠.

댄포스 공식 제품 사진: 현행 냉장 중앙 제어기 AK-SM 800A 시리즈. 피해 장비 대부분은 이보다 오래된 AK-SM 800·AK-SC 355였거나 옛 펌웨어를 쓰고 있었다
댄포스 공식 제품 사진: 현행 냉장 중앙 제어기 AK-SM 800A 시리즈. 피해 장비 대부분은 이보다 오래된 AK-SM 800·AK-SC 355였거나 옛 펌웨어를 쓰고 있었다
제어기 모델 댄포스가 밝힌 상태 권고
AK-SM 800 2021년 5월 지원 종료. 소프트웨어·보안 업데이트 없음 인터넷 연결 끊기 또는 접속 제한. 댄포스는 교체 권고
AK-SC 355 2016년 단종. 소프트웨어·보안 업데이트 없음 인터넷 연결 끊기 또는 접속 제한. 교체 권고
AK-SM 800A(현행 모델) 일부 피해 장비가 옛 펌웨어를 쓰고 있었음 연결 끊기 또는 접속 제한 + 최신 펌웨어 유지. 4.0 버전부터는 HTTPS를 강제하는 ‘Strict’ 보안 설정이 기본값

댄포스는 이미 2025년 10월 소식지에서 구형 제품의 모든 서비스를 끝낸다며 교체 계획을 세우라고 고객들에게 알렸어요. 같은 소식지에는 2022년 러시아 슈퍼마켓 16곳, 이스라엘 매장 40곳이 AK-SM 800 장비 공격을 받은 기록도 있습니다. 이스라엘 40곳은 모두 제대로 된 방화벽이나 VPN 보호가 없었다고 해요. 처음 있는 일은 아니었던 셈이죠.

냉장고가 왜 인터넷에 연결돼 있을까?

이유는 아주 현실적이에요. 냉장고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기사님이 매장까지 오면 시간과 돈이 들죠. 그래서 냉동설비 업체가 원격으로 접속해 진단하고 설정을 고칠 수 있게 제어기를 인터넷에 연결해 둡니다. 보안 기업 클라로티(Claroty)의 최고기술책임자 아미르 프레밍어는 “이런 편리함이 유지보수 비용을 크게 줄이지만, 동시에 공격자의 진입 장벽도 낮춘다”고 말했어요.

정비업체용 원격 접속이 인터넷에 그대로 열려 있으면 공격자도 같은 문을 두드릴 수 있다(이번 침입 경로는 아직 공식 확인 전)
정비업체용 원격 접속이 인터넷에 그대로 열려 있으면 공격자도 같은 문을 두드릴 수 있다(이번 침입 경로는 아직 공식 확인 전)
편리한 점 위험한 점
원격 접속 기사님이 출동하지 않고도 바로 진단·수리 관리 화면이 인터넷에 열려 있으면 공격자도 같은 문을 두드릴 수 있음
한 화면 관리 수십 대 냉장고를 한 번에 설정 제어기 하나가 뚫리면 매장 전체가 한꺼번에 영향
오래 쓰는 장비 한 번 설치하면 10년 넘게 사용 제조사 지원이 끝나면 새 보안 구멍을 막을 방법이 없음
업체 위탁 관리 마트는 전문 업체에 맡기면 끝 마트 본사가 매장 장비 상태를 직접 파악하기 어려움

인터넷에 연결된 장비를 찾아 주는 검색 서비스 쇼단(Shodan)으로 살펴본 결과, 지난 월요일(12일) 기준 인터넷에서 바로 보이는 댄포스 제어기 관리 화면이 4,500곳이 넘었고 그중 절반 이상이 프랑스에 있었다고 영국 매체 더레지스터가 전했어요.

어떻게 뚫렸나: 확인된 것과 아직 모르는 것

이 부분은 조심해서 봐야 해요. 13일 기준으로 CERT-FR은 어떤 취약점이 쓰였는지, 공격자가 어떤 경로로 들어왔는지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결함 때문이다”라고 단정하는 기사나 글은 아직 앞서 나간 거예요.

구분 내용
확인된 것 CERT-FR이 댄포스 AK-SM·AK-SC 제어기의 다수 침해를 확인(13일엔 코플랜드·딕셀 xweb 추가). 댄포스는 피해 장비 대부분이 구형이거나 옛 펌웨어라고 설명
확인된 것 관리 화면을 인터넷에 그대로 노출하는 것은 “보안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 CERT-FR의 입장
이미 알려졌던 결함 클라로티 연구진이 현행 모델 AK-SM 800A에서 결함 3개를 찾아냄. 그중 CVE-2025-41450은 기기 날짜로 만든 ‘오늘의 코드’로 관리자 비밀번호 없이 로그인할 수 있는 문제(4.2 미만). 나머지 2개(명령 주입·서비스 마비)는 4.3.1에서 수정
아직 모르는 것 이번 공격에 위 결함이 쓰였는지, 범인이 누구인지, 침해 흔적(IoC)이 무엇인지. 구형 두 모델은 클라로티 연구 대상도 아니었음

쉽게 말해 고장 난 자물쇠(알려진 결함)가 있었고, 현관문은 큰길가에 나 있었으며(인터넷 노출), 집주인은 자물쇠를 안 바꿨습니다(옛 펌웨어·지원 종료). 그런데 도둑이 정확히 어느 문으로 들어왔는지는 아직 수사 중인 상황이에요.

CERT-FR이 매장에 내린 처방

전문가용 지침이지만, 순서를 보면 보안의 기본 원리가 잘 보여서 정리해 봤어요.

상황 1단계: 위험 지대에서 빠져나오기 2단계: 서비스 되살리기
아직 침해되지 않았다면 해당 장비와 공인 IP로 노출된 모든 장비의 인터넷 연결 제거. 제상 시간표 등 설정 전체 점검 보안 VPN이나 보호된 망으로만 접속 허용. 펌웨어 업데이트, Strict 보안 모드, 기본 비밀번호 변경
이미 침해됐다면 인터넷 연결 제거 후 공장 초기화 VPN으로만 접속 허용 → 장비 재설정 → 제조사 권고(업데이트 등) 적용
급할 때 임시방편 방화벽에서 냉동설비 업체 IP만 허용 오래 쓸 해법은 아니라고 명시

CERT-FR의 경고: 공격은 아마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보안 업데이트가 끊긴 장비를 인터넷에 계속 열어 두면 다시 뚫릴 가능성이 매우 높아요. 공장 초기화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남아 있던 악성 흔적은 지워져도 장비 자체의 약점은 그대로이기 때문이에요.

우리 집과는 무슨 상관일까?

마트 냉장고 이야기지만 구조는 우리 집과 똑같아요. 공유기, 홈캠, 스마트 도어락, 로봇청소기, 와이파이 에어컨처럼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IoT)는 전부 “밖에서 조종할 수 있는 편리함”과 “남도 조종할 수 있는 위험”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프랑스 마트에서는 우리 집에서는
냉장고 중앙 제어기 공유기(집 안 모든 기기가 지나가는 관문)
정비업체용 원격 접속 공유기 외부 접속·포트 포워딩, 홈캠 원격 보기
지원 끝난 구형 제어기(AK-SM 800·AK-SC 355) 제조사가 업데이트를 멈춘 오래된 공유기·홈캠
옛 펌웨어를 쓰던 현행 모델 업데이트 알림을 계속 미뤄 둔 기기
바꾸지 않은 기본 비밀번호 설명서에 적힌 admin / 1234 그대로
우리 집 공유기·홈캠도 기본 비밀번호 교체, 펌웨어 업데이트, 안 쓰는 원격 접속 끄기, 지원 끝난 기기 교체
우리 집 공유기·홈캠도 기본 비밀번호 교체, 펌웨어 업데이트, 안 쓰는 원격 접속 끄기, 지원 끝난 기기 교체
할 일 어떻게 걸리는 시간
1. 기본 비밀번호 바꾸기 공유기 관리 페이지와 홈캠 앱에서 관리자 비밀번호를 길고 나만 아는 것으로 변경 5분
2. 펌웨어 업데이트 공유기 관리 페이지·기기 앱의 ‘펌웨어 업데이트’ 메뉴 확인, 가능하면 자동 업데이트 켜기 10분
3. 안 쓰는 원격 접속 끄기 공유기의 외부 관리·원격 접속·포트 포워딩·UPnP 중 쓰지 않는 것은 끄기 5분
4. 지원 끝난 기기 교체 제조사 홈페이지에서 내 모델의 마지막 업데이트 날짜 확인. 몇 년째 소식이 없으면 교체 고려 확인 5분
보너스. 가게를 운영한다면 냉장·냉방·CCTV를 관리하는 업체에 “원격 접속을 어떻게 막고 있는지(VPN 여부)”를 한번 물어보기 전화 한 통

용어 한 번에 정리

용어 쉬운 뜻
IoT(사물인터넷) 냉장고·카메라·도어락처럼 인터넷에 연결된 생활 기기
산업제어시스템(OT) 공장·건물·매장 설비를 직접 움직이는 컴퓨터. 해킹되면 물리적 피해(이번엔 상한 음식)로 이어짐
펌웨어 기기 속에 들어 있는 기본 프로그램. 업데이트하면 보안 구멍이 막힘
지원 종료(EOL) 제조사가 더 이상 업데이트를 내주지 않는 상태. 새 구멍이 생겨도 못 막음
제상 냉장고에 낀 성에를 녹이려 잠깐 온도를 올리는 기능
VPN 허락된 사람만 들어올 수 있는 암호화된 전용 통로
CERT-FR 프랑스 정부의 사이버 침해 대응 기관(한국의 KISA 침해대응센터와 비슷한 역할)

마무리

이번 사건은 해킹이 화면 속 정보만 훔치는 게 아니라 마트 진열대의 우유와 고기까지 망칠 수 있다는 걸 보여 줬어요. 원인도 거창한 첨단 기술보다는 “인터넷에 열어 둔 관리 화면”, “업데이트가 끊긴 옛 장비”, “미뤄 둔 펌웨어”처럼 우리 집에서도 흔한 습관에 가까웠습니다.

오늘 밤 잠들기 전에 공유기 관리 페이지에 한 번만 들어가 보세요. 비밀번호, 펌웨어 버전, 원격 접속 설정 세 가지만 확인해도 우리 집 ‘중앙 제어기’는 훨씬 단단해집니다.